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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드리는 작은 보답”
THE DESIGN 조회수:258 59.15.92.177
2018-04-02 02:33:01

“엄마! 또 잊어버렸어? 나 엄마 딸이잖아! 엄마 딸! 엄마 이름도 모르고 집도 모르면 어떡해”


경찰서 민원실에 날카로운 여자의 타박이 이어진다.

 

“진정하시고 따님이 아시는 정보로 알려주시면 됩니다. 어르신 신체에 식별 가능한 점이나 상처, 신체적 특징이 있으신가요?”

 

치매노인인 어머니를 모시고 사전지문 등록을 위해 경찰서를 방문한 노인의 딸은 자꾸 모든 것을 잊어가는 어머니가 안타까운지 줄곧 타박이다.

 

“이제 어르신 지문과 사진이 모두 등록되었으니, 혹시라도 길을 잃어서 경찰관서에 보호신고 될 경우, 지문확인만으로 보호자를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실종 발생시에도 신속한 발견을 위해 경찰과 소방이 합동수색을 실시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고 어르신 모시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고, 이게 뭐야 엄마! 또 소변 봤어? 방금 목욕했는데 옷에 또 소변을 보면 어떡해? 어머 죄송해요, 의자에도 소변이 묻었네요 어떡하죠, 정말 죄송해요”
괜찮다는 말에도 연신 사과하며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는 딸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며칠 전, 단체 사전지문 등록차 치매노인센터를 방문했던 날이 떠오른다.
입구에 들어서자 경쾌한 피아노 소리, 느릿느릿 따라 부르는 노랫소리, 여기저기 걸려있는 알록달록 서툰 솜씨의 장식들, 낯선 사람을 쳐다보는 어르신들의 천진한 눈빛에서 마치 큰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엄마가 아이가 된다...세상 그 어떤 풍파에도 날 지켜줄 것 같던 단단한 성벽이 무너지는 느낌. 그것이 아닐까.

 

노인의 딸에게서 그런 무너짐을 보았기에 어쩐지 그 타박이, 눈물이, 이해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혹자는 모든 사람은 시한부 삶을 산다고 하지 않는가. 단지 치매노인은 삶의 끝 언저리에 아이가 된 것 뿐이다.

 

평균수명은 이미 80세를 훌쩍 넘겼으며, 치매노인은 점점 늘어 국가와 경찰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관련, 경찰에서는 치매노인 실종 제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치매노인 사전등록 강화를 위한 치매안심센터 내 인프라 구축
둘째, 상습실종 치매노인 대상 배회감지기(GPS)무상보급,
셋째, 실종자 신속발견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넷째, 치매 이해도 제고를 위한 경찰관 대상 교육이다.

 

피할 수 없는 치매와의 공존시대라면, ‘치매노인 사전지문등록’은 그들에게 드리는 작은 보답 하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나를 기억해 주고 조건 없는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 하는 건 어떨까 기대해 본다.

 

인천 삼산경찰서 여청계 경사 황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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