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日
홍서의
오랫동안 구름을 분실한 채 살고 있다
강을 건너오거나 햇살들의 반대쪽에서
나타나던 그 구름들이
내 주머니 속에서 빠져나간 것도 잊은 채,
가을이면 포도내음이 나던 구름들
나는 한때 그것들을
나무궤짝 속에 수집하고 싶은 때가 있다
첨탑이 없다는 건 구름을 망각하기에 좋은 고장,
가을은 치명적인 계절이다
햇살을 닦아내며 더 번들거리는 이유도
누구도 태양 아래에서 손 인사를 나누려하지 않았고
그 계절에 이르면 구름들은 어디론가 실종되곤 했었다
그가 먼저 서쪽 구름을 닫았고
내가 한참 후 노을에 빛나던 구름들이
미래를 추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나를 밀고 온 것도 다 구름들의 소행이었다
홍서의(홍문숙)
1958년 용인출생
2009년 계간 <차령문학> 등단. 201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파밭” 당선
시집『눈물의 지름길은 양파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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