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박 민 순
온 누리에 내려앉은 저녁놀을 보다가
처음으로 맛본 사과를 생각했네
내 나이 열여덟은
달디 단 칡뿌리의 유혹에 흔들렸던 시절
열아홉엔 주먹다짐을 하다가
결국엔 펑펑, 노을을 쏟고서야
짜디짠 눈물맛을 알게 되었네
사과와 칡뿌리에 노을까지 먹었으니
나는 이미
내 일생(一生)을 맛본 셈이네
이제
나는 알게 되었네
사과와 칡뿌리와 눈물 모두는
마무리를 위한 아름다운
반항이었다는 것을…
어머니는 나를 키우기 위해
둥근 항아리에 나를
버무려 넣으시고
사계절을 담아 숙성이 되라고
두 손으로 꾹꾹
눌러 놓았음도 알게 되었네...
박민순
제7대 오산문인협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 사)한국국보문인협회 오산지부장
오산시문학대상, 한국글사랑문학대상, 삶의 향기 문학상
시집 <어머니 생각>, <아내의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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