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노재연
고집스레 허리 펴고 벼랑처럼 버티면서
동구 밖 장승 닮아 침묵으로 일관한다,
스스로 묵언수행을 상징으로 표상하며
강철 벽 칸막이에 몸을 숨긴 사람들
허구한 날 포탄 없는 대포를 쏘아대나
허상에 불과하지만 바람결은 드세다
베를린 장벽처럼 포위된 내륙의 섬
이념이 똬리 틀고 이미지만 키워낸다
먼 바다 외딴섬처럼 뱃길마저 끊긴 채
사막처럼 삭막한 암묵을 연출하고
허구한 날 실체 없는 물상을 빚어내며
도심 속 절해고도에 스스로를 가둔다
노재연
1941년 전주 출생, 한국시조협회 신인문학상(등단)
(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경기시조시인협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조협회 등용문 문학상, 시조문학상 대상, 홍재문학상 우수상, 수원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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