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HOME > 지역 > 경기

10구단 유치 신청부터 우승까지, 수원시와 kt 위즈가 함께한 10년

2011년 10구단 유치신청서 제출, 2013년 kt 위즈 유치, 2021년 우승

작성일 : 2021-11-30 09:24 수정일 : 2021-11-30 09:30

2011년 3월 유치 의향서 제출 후 치열한 유치전 끝에 1년 8개월 만에 결실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를 위한 시민연대’ 등 시민들이 큰힘 돼
1군 진입 후 7년 만에 통합우승, 신생팀 역대 최단 기간 우승 기록



2011년 3월 30일, 수원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kt 위즈가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치열한 유치 경쟁 끝에 2013년 1월 ‘수원시-kt’이 프로야구 10구단으로 결정됐고, kt 위즈는 지난 11월 18일 ‘1군 진입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제10구단 유치 신청부터 kt 위즈 우승까지 10여 년을 함께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감격이 남달랐다.

 

염태영 시장은 kt 위즈의 우승 직후 “2011년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의향서를 내던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kt 위즈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일어섰고, 수원시민과 야구팬 여러분이 한결같이 함께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1년 3월 수원시의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신청부터 2021년 11월, kt 위즈가 우승하기까지 10년 8개월의 여정을 되짚어봤다.

 

□ 2011년 3월 KBO에 유치의향서 제출

 

2010년 말부터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검토한 수원시는 10구단 유치가 시민의 결속·화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2011년 3월 KBO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시 프로야구단을 보유한 기초지자체는 창원시(NC 다이노스)뿐이었고, 다른 8개 팀은 연고지가 광역지자체였다. ‘프로야구단 연고는 광역지자체’라는 인식이 있던 시기였다.

 

수원시는 2011년 8월 본격적으로 유치 활동을 시작했다. ‘프로야구 제10구단 수원시 유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9월에는 33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를 위한 시민연대’가 출범했다. 이듬해 3월에는 수원시가 ‘수원야구장 대규모 증축,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다.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10구단 유치전은 2012년 6월 20일 KBO가 “10구단 창단 논의를 유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 시민 연대, 삭발시위하며 ‘10구단 창단 승인’ 촉구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를 위한 시민연대’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KBO의 일방통행식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장유순 총괄관사, 곽영붕 수원시야구협회장 등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를 위한 시민연대 집행부 5명은 2012년 6월 24일 잠실야구장 앞에서 ‘제10구단 창단 승인’을 촉구하며 삭발 시위를 하는 등 KBO의 결정을 규탄했다.

 

시면연대는 이날 ‘당신들만의 리그, 우리는 지금부터 한국프로야구를 재벌리그라 부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KBO는 이사회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진정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라”고 일갈했다.

 

프로야구 선수협도 올스타전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불참 의사를 발표하는 등 “10구단 창단이 결정될 때까지 단체행동을 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시민연대 총괄 간사로 활동하며 10구단 유치에 큰 힘을 보탠 장유순씨는 “잠실야구장 앞에서 했던 삭발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KBO는 팬과 선수, 야구인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10구단 창단 유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오히려 시민연대와 수원시민들의 유치 열기를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 2012년 12월,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확정

 

수원시민과 야구팬들의 10구단에 대한 열망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KBO는 ‘창단 유보’ 결정을 내린 지 5개월 만인 2012년 12월 11일 제7차 이사회를 열고,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추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염태영 시장은 10구단 창단이 결정된 후 “수원시는 KT와 창단 협약을 체결하고, 최신식 야구장을 건립을 결정하는 등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난 상태”라며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열 수 있는 최적의 도시”라고 강조했다.

 

10구단 창단이 확정되면서 큰 산은 넘었지만,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2011년 8월, 10구단 유치 의향서를 제출한 전북과의 경쟁이었다.

 

2021년 12월 23일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위한 수원시민 서포터즈’ 창단대회가 열렸는데, 이에 질세라 전북도 5일 뒤 ‘프로야구 10구단 전북 서포터즈단’ 발대식을 열었다.

 

경기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12월 26일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를 위한 건의문을 발표했고, 경기도 국회의원 52명은 2013년 1월 3일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같은 날 경기도 내 31개 시·군 시장·군수는 KBO에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 지원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경기도 내 모든 지자체가 수원시에 힘을 실어줬다.

 

2013년 1월 7일 염태영 시장 등은 KBO를 방문해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고,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염원 100만인 러브테러’를 전달했다.


□ 2013년 1월,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시-kt’로 결정

 

KBO는 2013년 1월 11일 이사회를 열어 프로야구 10구단을 ‘수원시-kt’로 결정했고, 1월 17일 총회를 열어 “수원시를 연고로 한 KT를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기업으로 최종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체육진흥과 스포츠산업팀장이었던 백운오 팔달구청장은 10구단 유치 활동의 산증인이다. 모든 유치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일지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백운오 구청장은 “당시 체육진흥과장이었던 조인상 전 기획조정실장님과 함께 프로야구 구단이 있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야구단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KBO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유치 활동을 했다”며 “야구 기자, 야구인들을 매일같이 만나 수원시가 왜 10구단의 적임지인지 끊임없이 설명했다”고 회상했다.

 

백운오 구청장이 작성한 네 권의 일지에는 누구를 만났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한 내용이 손글씨로 빼곡하게 적혀있다.

 

백운오 구청장은 “35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는데,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을 꼽자면 바로 프로야구 10구단 유치가 확정됐을 때”라며 “kt 위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현장에 있었는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고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kt 위즈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 kt 위즈, 1군 진입 후 최단 기간 우승

 

kt 위즈는 지난 11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대4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40년 역사에서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에서 4연승으로 우승한 팀은 kt 위즈가 유일하다. kt 위즈는 ‘1군 진입 후 최단기간(7년) 우승, 4경기 모두 선발승’이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수원시는 창단 후에도 kt 위즈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막내 구단 kt 위즈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야구인들은 “염태영 시장은 야구단 유치 단계 때 내걸었던 공약을 모두 지키며,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고 입을 모으며 수원시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

 

수원시는 유치의향서를 제출하며 ‘수원야구장 리모델링’, ‘KT 야구단에 야구장 25년간 무상 임대’ 등 파격적인 조건을 약속했고, 모두 지켰다.

 

또 470억 원(국·도비 포함)을 투입해 수원야구장을 2차례에 걸쳐 증축하고 편의시설을 정비했는데, 공사를 할 때 야구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다.

 

kt 위즈는 2014년 퓨처스리그(2군 리그)에 참가했고, 2015년 ‘열 번째 구단’으로 1군 리그에 데뷔했지만, 초창기에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2015년 52승 91패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2016년에도 53승 89패로 순위표 끝에 자리했다. 2017년에는 50승을 거두는 데 그치면서 ‘3년 연속 꼴찌’가 됐다. 1군 진입 2년 만에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다이노스와 비교하며 쓴소리를 하는 팬도 적지 않았다.

 

kt 위즈는 2018년 59승 82패로 창단 후 처음으로 4할 승률을 넘기며 탈꼴찌(9위)에 성공했다.

 

□ 만년 꼴지에서 최강팀으로

 

2019년 제3대 감독으로 이강철 감독이 부임하며 kt 위즈는 한층 강해졌다. 2019년 71승 71패로 ‘꿈의 5할 승률’을 달성하며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만년 하위권’ 이미지를 지운 의미 있는 성적이었다.

 

2020년에는 81승 62패로 전년보다 네 계단 뛰어오른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두산 베어스에 패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4연승을 하며 지난해 패배를 말끔하게 설욕했다.

 

염태영 시장은 “창단 최단기간 내 통합우승이라는 마법 같은 일이 현실이 됐다”며 “kt 위즈 선수들과 스태프, 수원시민,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영선 기자

경기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