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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단... 대숲에서 .

작성일 : 2019-08-23 03:25 수정일 : 2019-09-03 17:55 작성자 : 박복영


금/요/시/단/

대숲에서...
 
                      

벼이삭 패는 동안


새떼들은 술래가 되어


두리번거리거나 그늘 속을 빠져나오곤 했다      

          
걱정처럼 길어진 그림자가 풍경이 되는 해질녘


귀가를 잊은 아이의 연실에 묶인 팽팽한 집중처럼


어둠에 뜬 별빛들은 아름다웠다


주파수를 찾는 라디오 잡음처럼 지지직거리는 댓잎들


길은 잃어본 자만이 길을 아는 법


제 무게를 놓고 길을 찾으려는 댓잎을 몰고


바람이 길을 틔우는 동안


새떼들의 날갯짓으로 깨어나는 공중의 길


대나무들이 마디를 묶고 저녁의 길을 적고 있다


달빛이 마침내 댓잎에 걸린다

 
박복영


전북 군산출생. 방송대 국문학과 졸업. 1997년 월간문학 시 등단. 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천강문학상 시조대상. 성호문학상 등, 시집 『낙타와 밥그릇』외 4권, 시조집『바깥의 마중』.오늘의 시조회의와 전북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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