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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담으며-성백원
THE DESIGN 조회수:947 222.100.21.158
2020-11-16 08:58:31


낙엽을 담으며

             성백원

늦가을의 하루는
논문을 쓰는 일이다
어둠 속에서 낙엽을 쓸면
작은 탑이 하나씩 늘어난다
각도와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
서너 시간의 여정이지만
수많은 방정식을 들이대는 하루
낙엽을 쓸어 담는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 앞에 겸허하게 무릎을 꿇는 일이다
무너진 양심과 추악한 욕심도
함께 담아내는 일이다
늦가을은 하루도 편하게 지나치는 날이 없지만
하루도 헛되게 보내는 날이 아니다
보석같이 빛나는 하루하루 속에
수백 만의 작디작은 이파리들이 속살을 섞으며
수런수런 바람을 맞으러 먼 길을 떠난다
자신에게 달려있던 이파리들이 떠난 후
낡은 가지는 부러져 햇살 앞에 널브러진다
이 땅의 늦가을은 새로운 질서를 위해 젖몸살 중이다

 

성백원


충북 영동 출생.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오산문인협회 5, 10대 회장 역임.
수원시 인문학자문위원회 위원장.
경기도문학상 작품상, 경기시인상, 방촌문학상,
한국예총공로상, 옥조근정훈장 수상.
시집 『내일을 위한 변명』 『형님 바람꽃 졌지요』
『아름다운 고집』 『싼티 입고 가는 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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