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현대미술전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를 4월 15일(화)부터 2026년 2월 22일(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깃든 시적 메시지인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를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하고자 기획되었다. 동시대에 활동하는 회화 작가, 채지민과 함미나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총 38점의 회화 및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채지민 작가(b.1983)는 일상적 오브제들을 비일상적 맥락 속에 배치함으로써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어 익숙한 사물들을 낯설고 신비롭게 바라보게 한다. 함미나 작가(b.1987)는 어린 시절의 감정을 섬세하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미술관은 이들의 작업을 통해 잊힌 순수한 감수성을 상기하고 상상력을 일깨우는 자리를 마련한다.
1부. 기억의 풍경, 현실과 비현실 사이-채지민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1부 《기억의 풍경, 현실과 비현실 사이》는 채지민의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독특한 예술적 실험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은 평면성과 공간감이 만들어내는 모순적 공존을 치밀하게 탐구한 결과물이다. 일상의 오브제들을 비일상적 맥락에 배치하여 관람객에게 낯선 감각과 경험을 제공하여 초현실적인 긴장감을 자아낸다.
작가의 창작 과정은 철저한 계획에서 출발한다. 작품에서 보이는 불안정한 구조물들은 사실 3D 디지털 툴(Tool)을 활용한 정밀한 스케치가 토대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삶의 순간들을 담은 기억의 파편들로, 조형성에 따라 계획적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방식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선 깊이를 가지게 만든다.
특히 ‘압도적인 벽’ 시리즈는 장식적 요소를 배제한 2차원 캔버스에 3차원적 공간감을 부여하여 강렬한 시각적 괴리감을 만들어 낸다. 화면 속 인물들과 인공 벽들은 예측 불가능한 거대함과 미지의 영역을 암시한다. 5전시실을 가로지르는 주황색 거대한 벽은 전시장 바깥과 복도로 삐져나와 있는데, 이는 <압도적인 벽 아래에서>(2025)의 일부다. 이 작품은 작가의 회화적 시도가 공간으로 확장된 형태로 색과 규모로만 존재하는 면 그 자체를 탐구하는 설치 작품이다. 이 거대한 벽 그 앞에는 정삼각형 호수에 빠져들어 가는 라바콘이 있고, 기울어져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이 벽을 지나면 하늘에서 라바콘들이 떨어지고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작가는 이 미묘한 불편함과 무한한 풍경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관람객에게 능동적인 해석과 개인적 모험을 요구한다.
이 전시에서 주목할 또 다른 공간은 관람객 체험을 위해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길이가 지름 길이가 4m에 달하는 <들어가지 마시오>(2025)이다. <들어가지 마시오> 혹은 <들어가시오> 이중적인 제목의 이 구조물은 채지민의 작업 세계가 평면을 벗어나 외부의 방문을 환영하는 3차원의 공간이다. 두 개의 문은 어설프게 미완성된 상태로 원형 트랙 위의 장애물처럼 놓여 있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설계한 비현실적인 공간의 트랙에 올라가 작품을 직접 즐기는 레이스는 전시 기간 내내 진행될 예정이며, 이 기묘한 상상의 공간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일깨운다.
고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