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청소년 10명 중 4명 이상이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학교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최근 도내 거주 고려인 동포 가족 401명(청소년과 부모)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경기도 고려인 동포 청소년 실태와 지원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고려인 동포는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지칭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2007~2012년생 고려인 동포 청소년들이 평가한 자신의 한국어 실력은 10점 만점에 평균 5.24점에 그쳤다. 한국어와 러시아어 중 어느 언어를 더 잘 구사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0.6%가 러시아어를 더 잘한다고 답했으며, 두 언어 모두 능숙하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했다.
특히 8년 이상 장기 거주한 청소년 중에서도 두 언어를 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3%에 머물렀다. 이는 가족 내에서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환경에서 단순히 거주 기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한국어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학교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청소년들의 43.3%가 한국어 소통을 꼽았다. 8년 이상 거주자 중에서도 35.6%가 여전히 한국어 문제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낀다는 응답은 90%에 달해,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 지원의 필요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와 진학 정보 접근성도 낮은 수준이었다. 청소년과 부모들은 한국의 학제를 비롯한 진로진학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대학교 이상 공부하고 싶다는 응답은 66.9%로 2024년 경기도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실태조사의 74.5%보다 낮았다. 사교육 경험 역시 56.1%로 전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74.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직업기술 교육에 대한 수요는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45.5%가 교육·지원 프로그램 중 직업기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비재학 상태인 청소년의 경우 71.4%가 이를 필요로 했다. 희망 분야로는 AI·정보통신, 디자인, 조리 등이 꼽혔다.
청소년들의 경제활동 욕구는 77.2%로 매우 높았지만, 실제 노동 참여율은 11.4%에 그쳤다. 일하는 청소년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답했으나, 한국어 미숙과 낮은 임금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이는 고려인 동포 청소년이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한국어교육 및 학습지원, 진로 및 성장지원, 일 경험 지원, 부모 역량 강화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특히 한국어 능력 개선을 청소년들의 학교생활 적응과 사회적 관계 형성의 핵심 변수로 평가하며, 초기 정착기부터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고려인 동포 가정 청소년의 동등한 출발선 보장을 위해서 입국 초기부터 한국어 소통을 위한 지원이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들을 위한 정착과 성장을 지원하는 세부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