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분당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을 둘러싼 주민들의 핵심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로 했다. 성남시는 지난 25일 시청에서 '분당 물량제한해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차담회를 열고, 비대위가 제출한 성명서의 주요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분당 지역 63개 단지, 5만7000세대를 대표하는 비대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구역 지정 단계에서의 물량 제한과 상대평가에 기반한 주민 제안 방식은 주민 간 과열 경쟁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또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통합적·동시적 정비를 추진해야 기반시설 확충의 균형과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특정 구역만을 부분적·순차적으로 정비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사업 지연, 구역 간 형평성 훼손, 기반시설 확충의 비효율, 주거 불안의 장기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관리가 용이해 보일 수 있으나, 구조적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비대위가 내놓은 '주민제안 방식 개선안'은 크게 세 가지다. 구역 지정 단계에서의 물량 제한 해제, 상시 접수 방식으로의 전환, 과열 경쟁 방지를 위한 절대평가 도입이 그것이다. 여기에 심의 과정의 투명한 공개도 함께 요구됐다. 성남시는 이 요구를 전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관련 제도 정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남시는 이날 정비물량 규제를 둘러싼 현행 법 체계의 불합리성에도 공감을 표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대도시 시장이 보유한 권한이 특별법인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 의해 제한되는 구조가 법 체계의 일관성과 지방분권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특별법 제정 이전인 2023년 5월부터 기본계획 수립·변경 권한의 대도시 시장 위임과 자율권 보장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고 밝혔다. 광역교통망 정비와 대규모 이주단지 조성 등 현장 중심의 사업 추진을 위해 지자체의 실질적인 권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법 제6조에 따른 '연차별 정비예정물량' 승인 및 협의 절차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행정 지연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성남시는 분당 재건축이 단순한 주거환경 개선을 넘어 미래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사업인 만큼,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에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한편, 주민들이 협력 속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담회에 참석한 비대위 측은 성남시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논의된 내용이 실제 정책과 행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재학 기자